Q 빅뱅의 멤버가 아닌 배우로 혼자 인터뷰하는 기분이 어떤가.
탑 : 빅뱅에 있을 때는 말 잘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됐는데, 지금은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빅뱅에 돌아가면 말을 많이 시킬 것 같아서, 인터뷰에서 말을 잘 못해야겠다. (웃음)
“<포화 속으로>를 하면서 전보다 더 여유로워 졌다”
Q 연기자로서 세 작품 째다. 연기하기는 어떤가. 하면 할수록 더 즐거울 수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탑 :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든 쉽게, 선뜻 하지 않았다. 즐기기도 즐기지만 항상 고민이 많았고, 신중하게 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뭔가 두려운 게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두려움은 없어진 것 같다. <포화 속으로>가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Q 당신을 인터뷰하기 전에 차승원과 김승우도 만났다. 두 사람 모두 당신을 말할 때 “우리 승현이”라고 하더라. (웃음) 선배들에게 많이 사랑 받은 것 같다.
탑 : <포화 속으로>를 함께 했던 선배님들과 감독님에게는 너무 감사하다. 어른들을 만나면 어려워하면서 예의를 지키는 편이라 다른 분들이 다가오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먼저 내가 그 분들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촬영장에서는 감독님이시고, 선배 연기자들이시지만 촬영이 끝나면 친한 형처럼 대해주는 걸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Q 연기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의 생활이나 감수성에도 이번 촬영이 영향을 준 건가.
탑 :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나는 피규어를 좋아하는데, 거기에는 어떤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피규어의 딱딱하고 안정된 모습, 흐트러짐 없는 완성체라는 느낌 때문에 끌리는 것 같은데, <포화 속으로>의 형들을 보고도 그런 안정을 느꼈던 것 같다. 선배님들이 촬영이 없는 시간에 늘 집으로 전화 거는 모습 같은 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나는 그렇게 안정된 적이 없었으니까. 내일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일은 올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 그런데 <포화 속으로>를 하면서 전보다 더 여유로워 졌다.
Q <포화 속으로>의 오장범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였나. 오장범은 열일곱 소년인데 목숨을 건 전쟁에 나서야 한다. 정말 내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탑 : 그래서 끌렸다. 불안한 열일곱 소년이니까. 반대로 그러면서 나나 오장범이나 안정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오장범이 실제 내 성격, 특히 혼자 있을 때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살아가고 싶었다.
Q KBS <아이리스>의 빅을 연기할 때는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 빅 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같은 상상도 하며 캐릭터를 준비한 걸로 안다. 그만큼 가상의 캐릭터에 가까운 모습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일 텐데, <포화 속으로>는 실제 당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했을 것 같다.
탑 : 가능하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배역 속에 던지면서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가상 인물이 아니라 나 자신이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완전히 성숙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여러 활동을 하면서 20대를 살아왔고, 조금씩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온 방식을 오장범에게 투영시키고 싶었다. 열일곱의 나이에 전쟁을 치러야 하고, 학도병을 이끄는 입장이 되면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고, 짧은 시간동안 많이 성장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나 자신도 성장이 없었다면 예전에는 오장범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포장하던 시기도 있었다”
Q 열일곱 살 소년의 감정을 표현하기는 어땠나.
탑 : 아직 내게 어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규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아직 어린 모습으로 남아있고 싶어서인 것도 있으니까. 그리고 오장범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순수하고 인간적인 부분이 많아서 이제까지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내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Q 다른 모습?
탑 : 지금까지는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포장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자신을 속이면서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늘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대중에게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대중하고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대중이 싫증낼까봐 걱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때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TV에 많이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도 했었다. 그래서 대중에게 이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을 감추고 포장했었던 시기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런데 <포화 속으로>는 나 자신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게 된 것 같다.
Q 인터뷰에서 <아이리스>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는 말을 한 걸 봤다. 이번에는 어떤 질문을 던졌나.
탑 : 오히려 질문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생각들을 없애려고 했다. 전에는 연기를 할 때 ‘이게 맞나?’ 하면서 너무 많이 생각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촬영장에서 복잡한 생각들을 버리고, 무대 위에서 해온 것처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연기할 때 캐릭터를 잡는 노하우는 없다. 하지만 5년 동안 경험했던 무대에서 쌓은 노하우로 캐릭터를 잡으려고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달리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Q 빅뱅의 에세이 <세상에 너를 소리쳐>에서 KBS <아이 엠 샘>에 출연할 때는 본인의 연기 스타일이 획일화될 까봐 연기 학원에 다니는 걸 거부했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탑 : 연기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나는 성격상 그게 맞는 것 같다. 무언가를 배워서 정형화되기 보다는 어려서부터 경험해왔던 것들, 감수성 같은 걸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기에 반영하는 게 아직은 더 낫다. 예를 들면 지금 랩할 때의 목소리도 10년 넘게 고민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목소리다. 원래 목소리가 아니라 억지로 만든 목소리라 사장님도 나에게 다른 사람들의 랩 발성하고 다르다고 말한다. 연기도 내 방향을 조금씩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테크닉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그만큼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야 연기가 나올 수 있을 텐데, 빅뱅의 일본 활동과 병행하면서 그러기는 어렵지 않았나.
탑 : 촬영장에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 몰입을 했다. 경력이 수 십 년인 선배님들하고 다르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노하우가 전혀 없어서 음악적인 부분을 접목시키고 싶었다.
Via 10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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