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 YG 패밀리 콘서트 >의 재미는 규모보다 다양성에 있었다. 양현석의 ‘악마의 연기’부터 2NE1의 ‘Can't nobody’까지, 또는 거미의 ‘미안해요’부터 싸이의 ‘연예인’까지. 공연의 전체적인 환호를 끌어낸 건 빅뱅과 2NE1이었지만, 화룡점정의 한 방은 거미와 싸이였다. 거미는 록으로 편곡 된 ‘Loveless’로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을 압도했고, 2NE1과 함께 부른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는 세 시간 내내 들썩거리던 공연장에서 드물게 서정적인 시간이었다. 거미가 박봄과 ‘You & I’를 함께 부르며 공연은 보컬리스트 선후배가 함께 노래하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2NE1부터 빅뱅까지 이어지는 공연 후반부로 넘어갔다. 싸이는 공연 초반 다른 네 팀의 한차례 공연 뒤 ‘연예인’과 ‘Right now’로 공연을 절정에 올리며 전반부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기존 YG와는 다른 ‘쌩 날 것’으로 관객을 미치게 하는 능력. 싸이는 그가 YG에 필요했던 마지막 퍼즐조각임을 확인시켰다.
같아서 가족이 아니라 달라서 시너지가 나오는 가족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의 마을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박진영이 세운 나라다. 그리고, YG는 각자 다르지만 함께 모일 수 있는 패밀리다. 양현석부터 2NE1의 민지에 이르기까지 YG는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계속 외연을 넓혀 나갔다. 한 때는 거미와 휘성, 빅마마가 새 패밀리로 들어와 YG가 힙합 이외의 음악도 가능하다는 걸 알렸고, 아이돌의 시대에는 빅뱅과 2NE1이 데뷔했다. 소속 가수들이 대부분 회사에 남아 경영을 하거나 프로듀서가 되고, 같은 패밀리라도 전혀 다른 특성의 가수들이 각자의 길을 걷는 게 YG다.
곧 나올 프로젝트 앨범의 수록곡 ‘뻑이 가요’를 부른 지 드래곤과 탑의 무대가 엄청난 반응을 끌어낸 건 두 사람의 스타성 때문은 아니다. 두 사람은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빅뱅 외의 다양한 싱글로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발전시켰다. ‘뻑이 가요’에서 날카롭고 화려한 지 드래곤의 랩과 목소리에 추를 달아 놓은 것처럼 묵직하고 거친 탑의 랩은 말 그대로 상호보완적이었고, 날렵하게 공연장을 휘젓는 지 드래곤과 곧게 서서 랩을 하거나 순간적으로 인상적인 제스처를 보여주는 탑의 무대매너도 마찬가지였다. 같아서 가족이 아니라 달라서, 그래서 박봄과 거미, 지 드래곤과 탑을 묶었을 때 시너지가 나올 수 있어서 가족이다. 그리고 그들을 묶는 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패밀리라는 틀을 유지하는 YG의 역사다. 세븐이 데뷔 곡 ‘와줘’를 부르다 힐리스를 신었을 때, 공연장의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세븐이 여전히 YG에 있고, 앵콜 시간에 멘트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위치에 있다는 것에 YG의 정체성이 있다.
다양하고 화려하고 그럼에도 산만하지 않다
물론, 양현석이라는 뿌리 위에서 다양하게 뻗어나간 YG 패밀리의 개성은 < YG 패밀리 콘서트 >의 난점이기도 했다. 어느 한 가수에게 맞춘 무대를 할 수 없다 보니 무대는 그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큰 세트를 만드는 것 이상이 불가능했다. 가수들의 스타일이 각자 다르고, 곡에 따라 MR과 실제 밴드 라이브가 섞여야 하는 상황에서 믹싱을 한 쪽에만 맞출 수도 없었다.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처럼 강하거나, 확실한 고음과 저음이 부각되면서 큰 공연장을 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소리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는 부족했다. 특히 보컬이 다른 사운드에 묻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쉬웠다.
그러나 < YG 패밀리 콘서트 >는 몇 가지 문제만으로 매력이 반감되는 공연은 아니었다. 빅뱅은 쉴 새 없이 공연장을 전방위로 뛰어다니고, 때론 스탠딩석의 관객 코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탑처럼 예상 못한 무대 매너로 관객을 무너뜨렸다. 세븐은 자신의 댄스곡과 R&B 곡을 적절하게 섞어 능수능란하게 공연의 흐름을 이끌었고, 싸이는 몇 마디 말만으로도 관객을 미치게 만들었다. 무대 연출도 합동 공연이라는 한계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냈다. 블랙이 실제에 비해 다소 과도한 것을 제외하고 놀랄 만큼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스크린이 공연을 중계하고, 가운데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상황에 어울리는 영상들을 내보냈다. 스크린을 중심으로 공연장 구석구석 연출진이 배치한 화려한 빛과 색의 조화는 그 자체로 공연의 분위기였다. 그리고 여기에 ‘빅뱅봉’과 ‘세븐봉’ 등이 섞여 내는 색깔은 이 공연을 그대로 보여줬다. 다양하고, 화려하고, 그럼에도 산만하지는 않다. YG는, 또는 패밀리는 여기까지 왔다.
Via 10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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