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3

【ARTICLE】[아이돌 특집]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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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간 우리 대중음악계의 화두는 단연 걸 그룹 열풍이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전의 수년간은 줄곧 보이 밴드의 전성기였다. 그건 지난 10여 년간 우리 음악의 주류가 청소년 아이돌의 주도하에 놓여있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아이돌이 기존의 아이돌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유지돼온 우리 음악산업의 구조적 특징을 집약하는 현상이었다. 소녀시대의 일본진출과 2NE1의 신작발표로 다시금 뜨겁게 달아오른 걸 그룹의 열풍의 언저리에서, 그 모집단적 현상으로서 아이돌의 안팎과 전후를 살피는 기획을 마련했다.

노파심에 일러둔다.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라는 타이틀에서 굳이 “아이돌 비하”의 행간을 찾아낼 필요는 없다. 물론 아이돌과 뮤지션이라는 각각의 개념에 대해, 또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것이 왜 “진화” 혹은 “발전”인지에 대해 논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아이돌 스스로가 아이돌 영역과 뮤지션 영역이 다름을, 혹은 아이돌이라는 포지션이 뮤지션이라는 포지션보다 “음악적으로 열등함”을 인식하고 진화 혹은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 그 대표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 보이밴드 리더에서 시대를 선도하는 뮤지션으로



1990년대 후반 한국 가요계에서 H.O.T.와 젝스키스가 남성 아이돌 그룹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면, 미국 팝 씬에는 엔 싱크(’N Sync)와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가 있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이하 JT)는 엔 싱크의 리드 보컬이었다. 그룹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JT는 보이밴드의 리더로서가 아닌 한 명의 주체적인 뮤지션으로 인정받고픈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유년 시절 마빈 게이(Marvin Gaye), 알 그린(Al Gree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등을 듣고 자란 그는 알앤비와 소울로 대변되는 흑인음악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그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 바로 넵튠스(Neptunes)와 팀버랜드(Timbaland)였다. 동시대 가장 감각 있고 영리한 프로듀서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2002년 JT의 첫 솔로 앨범 [Justified]가 발매되자 언론은 그를 가리켜 “하얀 마이클 잭슨”이라 부르며 추켜세웠다. 넵튠스와 팀버랜드 모두 그들의 커리어를 통틀어 손에 꼽을만한 곡들을 JT에게 선사했고 JT는 그것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흑인음악과 팝을 훌륭히 아우른 이 앨범으로 그는 아이돌 꼬리표를 떼어내고 독립된 솔로 아티스트로 인정받게 되었다.

2006년 발매된 [FutureSex/LoveSounds]는 그에 이은 “확실한 굳히기 한판”이었다. [Justified] 활동을 마무리한 후 음악적 갈피를 잡지 못해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던 JT는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팀버랜드와 작업실에 상주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시대를 앞서가는 사운드를 창조하는데 성공했다.

전작의 성공을 견인한 넵튠스가 레이블 자이브(Jive)와의 갈등으로 앨범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JT와 팀버랜드는 보란 듯이 “Future Sound”를 들고 나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Sexyback’, ‘My Love’ 등의 히트 싱글을 배출한 이 앨범은 평단의 고른 찬사를 받았고 롤링스톤 매거진에서 선정한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00” 중 46위에 랭크되는 영광을 누렸다. 보이밴드의 리더에서 역사에 남을 작품을 배출한 아티스트로 우뚝 선 것이다.


태양 –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알앤비-돌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를 보았을 때 빅 뱅(Big Bang)은 성공한 아이돌 그룹에 가깝다. 그러나 태양 개인에게는 알게 모르게 항상 아쉬움이 조금씩 남았을 것이다. 빅 뱅이 주로 활동하던 곡에서는 알앤비에 적합한 그의 음색이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은 그룹 활동 중에도 그룹과 구분되는 자신의 음악적 욕심을 조금씩 내비쳤고, 사람들은 그룹 활동과는 별개로 태양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결과물을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알앤비 성향의 미니 앨범 [HOT]으로 일정 부분 실현되었다. ‘나만 바라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소프트-알앤비였다.

그 후 몇 장의 싱글을 내고 기세를 몰아 얼마 전 발표한 첫 솔로 앨범 [Solar]에서 태양이 증명한 것은 우리가 이제부터 그를 완연한 알앤비 아티스트로 대접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일종의 확신이었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갈래의 곡이 담긴 이 앨범은 음악 자체도 물론 양질이라고 부를 만하지만 무엇보다 태양이 그동안 꾸준히 노래 연습을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이었다.

알앤비 솔로 아티스트 태양의 등장은 우리에게 아이돌 출신의 뮤지션을 또 한 명 얻는 보람찬 순간인 동시에 척박한 한국 알앤비 씬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알앤비-돌의 성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도록 하자.

Via 100BEAT.com

XO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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